비만과 당뇨 분야의 양대 제약회사가 한판 승부 겨루기에 들어갔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를 상대로 ‘허위·기만’ 광고라며 소송을 냈다. 그 동안 두 회사 사이에 비만약과 당뇨약 시장을 두고 벌어지던 아슬아슬한 선두 경쟁이 이제 법정으로 옮아붙은 것이다.
노보는 릴리가 젭바운드(Zepbound)와 마운자로(Mounjaro)를 광고하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 오젬픽(Ozempic)보다 효과가 훨씬 큰 것처럼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릴리 약의 높은 용량과 노보 약의 낮은 용량을 비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릴리는 “실제로 두 약을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 결과를 그대로 알렸을 뿐”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광고 속 숫자가 사실이라고 해도, 그 숫자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전체 인상까지 진실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1. 문제가 된 일라이 릴리 광고 영상
노보 노디스크가 소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한 것은 릴리의 60초짜리 젭바운드 광고 ‘Watch This’이다.
*2026년 2월 15일의 광고: https://www.ispot.tv/ad/g2lo/zepbound-watch-this
*’위고비 7.2mg’ 표현을 넣은 4월 28일 광고: https://www.ispot.tv/ad/gueN/zepbound-watch-this-stuck-on-your-weight-loss-journey
광고의 핵심 내레이션은 다음과 같다.
“In a study, people using Lilly’s Zepbound lost an average of 50 pounds compared to an average of 33 pounds with up to a 2.4 milligram dose of the Wegovy injection.”
우리말로는 “한 연구에서 릴리의 젭바운드를 사용한 사람들은 평균 50파운드를 감량한 반면, 최대 2.4mg 용량의 위고비 주사를 사용한 사람들은 평균 33파운드를 감량했다”는 뜻이다.
이는 젭바운드 10mg 또는 15mg과 위고비 1.7mg 또는 2.4mg을 직접 비교한 SURMOUNT-5 임상시험 결과다. 광고에는 “위고비 7.2mg은 이 연구에서 평가되지 않았으며 이후 승인됐다”는 설명도 작은 글씨로 들어갔다. 소장 원문은 광고 문구와 화면을 21∼26쪽에서 제시하고 있다.(*7월 21일 고소장 원문: https://www.statnews.com/wp-content/uploads/2026/07/Novo-v-Lilly-deceptive-advertising-suit.pdf)
노보가 함께 문제 삼은 마운자로 광고는 마운자로 15mg이 혈당 관리 지표인 A1c를 2.3%포인트 낮춘 반면, 오젬픽 1mg은 1.9%포인트 낮췄다고 비교한다. 해당 비교 역시 릴리의 SURPASS-2 임상시험에서 실제로 나온 결과다. 다만 현재 판매되는 오젬픽 최고 용량은 2mg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문제 삼은 해당 광고의 한 장면. 젭바운드의 50파운드와 위고비의 33파운드라는 표현이 선명하게 보인다.
2. 일라이 릴리 대변인이 밝힌 내용
릴리 대변인의 답변은 한두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입장문이다. 저작권상 전체를 길게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핵심 원문을 정확하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Rather than compete on the merits of its products, Novo is asking a court to stop Lilly from communicating the results of that trial.”
이어 릴리는 자사 광고가 진실하고 투명하며,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과학적 증거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음과 같이 밝혔다.
“We will continue to focus on the science and defend against this lawsuit vigorously.”
전체 취지는 “노보 노디스크가 제품 자체로 경쟁하는 대신 법원을 통해 임상시험 결과를 알리지 못하게 하려 한다. 릴리는 광고가 진실하고 투명하며 직접적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소송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릴리 대변인의 보다 긴 입장문은 Indiana Lawyer 기사에서, 로이터가 인용한 원문은 Reuters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3. 노보 노디스크가 문제 삼은 내용과 요구 사항
노보 노디스크는 2026년 7월21일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릴리와 그 미국 판매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번호는 3:26-cv-09027이다.
노보가 문제 삼은 광고는 크게 두 종류다.
첫째는 젭바운드와 위고비의 체중 감량 비교다. 릴리의 SURMOUNT-5 임상시험에서는 젭바운드 투여군이 평균 20.2%, 약 50파운드를 감량했고 위고비 투여군은 평균 13.7%, 약 33파운드를 감량했다. 당시 시험에 사용된 위고비 최고 용량은 2.4mg이었다.
그러나 FDA는 2026년 3월 위고비 7.2mg을 승인했다. 노보의 STEP UP 시험에서는 이 용량을 사용한 사람들이 평균 18.8%, 약 47파운드를 감량했다. 노보는 따라서 지금도 “젭바운드 50파운드 대 위고비 33파운드”를 크게 내세우면, 현재 이용 가능한 위고비 7.2mg의 효과를 숨기고 젭바운드가 위고비라는 브랜드 전체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주장한다. 소장 원문
둘째는 마운자로와 오젬픽의 혈당 강하 효과 비교다. 릴리는 마운자로 15mg의 A1c 감소 폭 2.3%포인트를 오젬픽 1mg의 1.9%포인트와 비교한다. 그러나 오젬픽 2mg은 2022년 FDA 승인을 받았고, 별도의 SUSTAIN FORTE 시험에서는 A1c를 평균 2.1%포인트 낮췄다. 노보는 마운자로 최고 용량과 오젬픽의 낮은 용량을 비교하면서 이를 제품 전체의 우열처럼 광고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노보는 2026년 4월22일 릴리에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정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릴리는 이후 광고에 위고비 7.2mg이 시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추가했지만, 노보는 화면 아래 작은 글씨만으로는 “50파운드 대 33파운드”라는 강한 인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노보가 법원에 요구한 것은 다음과 같다.
- 해당 비교 광고와 실질적으로 비슷한 광고를 중단하도록 하는 예비·영구 금지명령
- 잘못된 인상을 바로잡는 정정 광고
- 광고로 인해 노보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 해당 광고로 릴리가 거둔 이익 가운데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부분의 반환
- 연방 상표법인 랜햄법과 뉴저지주 불공정 경쟁법에 따른 구제
노보는 릴리가 자발적으로 광고를 내리지 않으면 신속한 예비 금지 명령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Novo Nordisk 발표(‘노보노디스크는 일라이 릴리의 여러 국가 차원의 GLP-1 광고 캠페인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Reuters

노보가 릴리를 상대로 낸 고소장의 첫 페이지.
4. 일라이 릴리의 대응
릴리의 방어 논리는 비교적 명확하다. 광고에 사용한 숫자는 조작된 것이 아니라 실제 직접 비교시험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SURMOUNT-5는 젭바운드와 위고비를 같은 시험 안에서 직접 비교한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시험 당시 위고비 7.2mg은 FDA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에 포함할 수 없었다. 릴리는 이 시험이 현재까지 티르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만 치료에서 직접 비교한, 유일한 무작위 임상시험이라고 강조한다.
릴리는 위고비 7.2mg 승인 이후 광고 문구도 수정했다. 내레이션에서 비교 대상을 “최대 2.4mg 용량의 위고비”라고 밝히고, 화면에는 7.2mg이 시험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후 승인됐다는 설명을 넣었다. 따라서 릴리는 광고가 어떤 용량을 비교했는지 공개했고, 결과 자체도 정확하므로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여기에는 노보 측 주장의 약점도 있다. 노보가 제시하는 “젭바운드 48파운드 대 위고비 47파운드”는 두 약을 같은 임상시험에서 직접 비교한 결과가 아니다. 젭바운드의 SURMOUNT-1과 위고비의 STEP UP이라는 서로 다른 시험 결과를 나란히 놓은 것이다. 환자 구성, 시험 장소, 중도 탈락 처리와 기타 조건이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이 숫자만으로 두 약의 효과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5. 누구의 말이 맞으며, 누가 이길 가능성이 큰가
현재 단계에서 어느 회사가 이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릴리는 “숫자의 문자 그대로의 정확성”에서 강하고, 노보는 “광고 전체가 만드는 오해”에서 강하다.
릴리 광고의 50파운드와 33파운드는 SURMOUNT-5의 실제 결과다. 시험 당시에는 비교 용량도 각 제품에서 승인된 높은 유지용량이었다. 따라서 “임상시험 결과를 거짓으로 꾸몄다”는 식의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허위 광고법은 문장 하나가 문자 그대로 맞는지만 보지 않는다. 광고 전체가 보통 소비자에게 거짓되거나 오해하기 쉬운 인상을 전달했는지도 판단한다. 큰 글씨와 내레이션은 “젭바운드가 위고비보다 17파운드 더 감량시킨다”고 강조하면서, 현재 존재하는 위고비 7.2mg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글씨로 처리했다. 법원이 이를 현재 판매되는 두 브랜드 전체의 성능 비교로 받아들인다면 노보의 주장이 힘을 얻는다.
다만 노보가 예비금지명령까지 받으려면 광고가 실제로 소비자를 속일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줘야 한다. 광고가 명백한 거짓이라기보다 암시적으로 오해를 유발한다는 사건에서는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같은 수치가 중요해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자료만 놓고 보면 다음처럼 판단할 수 있다.
- 젭바운드 광고: 노보가 일부 문구의 수정이나 더 눈에 띄는 설명을 얻어낼 가능성은 상당하다. 하지만 SURMOUNT-5 결과 자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하는 전면 금지 명령까지 받을지는 불확실하다.
- 마운자로 광고: 노보의 주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다. 오젬픽 2mg은 광고 시작 직전에 새로 등장한 용량이 아니라 2022년부터 승인돼 있었기 때문이다.
- 손해배상: 노보가 광고 때문에 처방과 매출이 실제로 얼마나 릴리로 이동했는지를 따로 입증해야 한다. 위고비 7.2mg 승인 이후 기간이 아직 짧아 거액의 배상액을 산정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점을 미국 법률 전문가도 지적했다. Reuters
종합하면, 노보가 광고를 보다 명확하게 고치도록 만드는 데에는 유리한 논거를 갖고 있지만, 릴리의 직접 비교시험 결과 사용 자체를 완전히 금지시키거나 거액의 배상을 받아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조기 합의가 이뤄진다면 릴리가 숫자는 유지하되 비교 용량과 위고비 7.2mg·오젬픽 2mg의 존재를 훨씬 크게 알리는 방식이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수 있다.
6. 이 소송전이 갖는 의미
이번 소송은 단순히 “어느 약이 체중을 더 많이 줄이는가”를 다투는 사건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의약품 시장에서 과거에 정확했던 비교 광고를 언제,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SURMOUNT-5가 실시될 당시 위고비 7.2mg은 승인되지 않았다. 당시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경쟁 제품의 새 용량이 승인된 뒤에도 예전 비교 수치를 브랜드 전체의 현재 성능처럼 강조할 수 있는지가 새 쟁점이 됐다.
또한 이 사건은 직접 비교 시험과 서로 다른 시험을 간접적으로 비교하는 방법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신뢰해야 하는지와도 관련된다. 릴리는 같은 시험 안에서 두 약을 직접 비교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노보는 그 시험에 현재 최고 용량이 빠졌다는 약점을 지적한다. 어느 쪽 자료도 현재 최고 용량끼리 직접 비교한 완전한 답은 아니다.
7. 제약 업계에 미치는 영향
노보가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다면 제약회사들은 경쟁 제품과 비교하는 광고를 훨씬 자주 수정해야 할 수 있다. 경쟁사의 새 용량이나 새 제형이 승인됐을 때, 과거 임상시험 결과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광고를 계속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 속 작은 글씨를 처리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눈에 띄는 큰 숫자가 강한 우월성 인상을 주는 경우, 화면 아래의 짧고 작은 설명만으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기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릴리가 승리하면, 회사들은 비교한 용량과 시험 조건을 정확히 공개하는 한 과거에 실시한 직접 비교시험 결과를 계속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 이는 경쟁사가 더 높은 용량을 나중에 출시하더라도 기존의 직접 비교 데이터를 쉽게 무효화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허위 광고를 둘러싼 대형 제약회사 간 소송은 특허 소송보다 드문 편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이나 합의 조건은 비만·당뇨 치료제뿐 아니라 암 치료제,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등 경쟁 제품을 직접 비교하는 광고 전반에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8.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소비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광고에 나온 숫자가 거짓이 아니더라도 그 숫자가 모든 환자와 현재의 모든 용량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젭바운드의 50파운드와 위고비의 33파운드는 특정 시험 참가자들의 평균값이다. 모든 사람이 그만큼 감량한다는 뜻이 아니며, 위고비 7.2mg을 포함한 비교도 아니다. 반대로 별도 시험의 48파운드와 47파운드를 보고 두 약의 효과가 사실상 완전히 같다고 단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 소송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번 소송을 진두지휘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법무 총괄 부사장 존 쿡켈만(John F. Kuckelman)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일라이 릴리에서 10년 동안 글로벌 윤리 및 법무 리더로 재직했던 인물입니다. 상대방 조직과 소송 전략의 생리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꿰뚫고 있는 장수를 전면에 내세운 셈입니다.(*노보 노디스크의 존 쿠켈만 인물 소개 페이지: https://www.novonordisk.com/about/executive-management/john-f-kuckelman.html)

존 쿠켈만의 소개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홈페이지.

존 쿠켈만을 소개하는 노보 노디스크 홈페이지의 문구.
*FDA JOURNAL 관련 기사
-일라이 릴리, 체중 감량 알약 파운다요(Foundayo)에 FDA 승인받아 노보의 위고비와 경쟁 돌입… “복용 편의성이냐, 좀더 높은 효능이냐”(2026년 4월 2일)(https://fdajournal.com/eli-lilly-foundayo-fda-approval/)
-FDA, 고용량 세마글루티드(7.2mg) 주사 ‘위고비 HD’ 승인(Approves Higher Dose(7.2 mg) Semaglutide Injection Wegovy HD)… 국가 우선 바우처 프로그램 대상 네 번째 의약품으로(Fourth Product Under National Priority Voucher Program)(2026년 3월 2일)(https://fdajournal.com/wegovy-hd-fourth-product-under-cnpv260320/)